폭탄 없는 공간

지하도의 공백...을 다시 만들었다. 이쪽은 식민지와 악마에 대한 노래다. 나는 식민지를 좋아한다. 식민국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원자폭탄 생각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사능. 원폭 피해자들. 그냥 악마도 물론 떠올렸고. 동전들, 레이더, 커피농장, 전투기 등은 지하도의 공백...의 가사를 따왔던 시에서 안 따오고 남겨뒀던 부분을 긁어다 붙인 것이다. 그리고 그대에 대한 생각. 만들면서 즐거웠다.

허밍을 중요하게 취급한 노래다. 그런 면에서는 허밍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다. 나는 콧노래라면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변변한 콧노래 들어가는 노래 하나도 못 만든 주제에, 하는 생각이 들어 만들 때 중요하게 넣었다. 랄라랄라~나 아아아아~가 아니라 흐으음음~인 이유를 신경 썼다. 이렇게 쓰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로는 레이더를 뜻하는 콧노래이고 두 번째로는 입 벌리지 않고도 가능한 콧노래다.

지하도에서 두 프렛 높인 것은 여남이 다 재미있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를 찾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성에게도 과연 부르는 재미가 있겠는가, 그냥 이 정도라면... 정도의 생각일 뿐 분명한 도리는 없다. 일단 허밍을 한 옥타브 높일 수 있는 선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재로 쓴~'과, '새벽처럼 날개들은~'의 두 단락은 특히 여성키를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종합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끼어들어 부를 수 있는... 하여튼 뭐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마지막 부분을 좋아한다. 그 부분에서는 힘 배분을 잘해야 끝까지 제대로 부를 수 있다. 회당들을 하나하나도 폭탄 없는 공간으로도 너무 좋지만, 끝까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좋다고 막 부르다 보면 나아가며나 지난밤의로 넘어갈 수 없다. 그 부분은 내게 대단한 침착함을 요구한다.

폭력적인 주고받기.

모닥불 앞에서 불러 보는 것은 물론 숙원이다. 힘들 것이다. 재도 날리고 건조하고...

본녹음 이전에 평일판 녹음이 있다. 그것은 평일에 부른 것이다. 심야에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