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에 대한 노래

천둥은 번개라는 시각 자극과 뇌성이라는 음향 자극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번개에 대한 노래다. 나는 번개가 좋다. 번개가 칠 때 들을 만한 노래를 목표로 만들었다. 번개가 치니 이 노래를 들어야지, 하려고. 그렇게 치면 거의 여름 노래인 셈이다. 빛, 순간, 시차, 속도, 거리... 등등을 떠올렸다. 감각의 감도를 조금 낮춘다면, 번개는 밤에만 있다. 천둥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것과 달리 말이다. 그것은 만나는 일의 의미가 만나지 않는 시간으로부터만 떠오르는 것과도 같다. 뭐 그런 번개적 요소들을 떠올리며, 그러나 그런 것들의 총합이 번개일 수는 없다, 번개는 번개고, 목표는 번개에 대한 노래다, 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인간이 되네 어쩌고 하는 것은 번개에 대해 노래할 때 인간을 끌어오는 편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번개와 비슷한 것이고... 인간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 번개도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그곳을 안다는 것은 자신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자국을 남기고. 번개를 좋아하면 그저 번개를 즐기면 될 텐데. 왜 노래 따위가 필요한가? 실은 번개가 치고 나서, 번개가 치기 전에 듣기 위해서인 것이다. 스트로크를 어떻게 해야 더 번개를 떠올릴 수 있을까, 그런 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걸 가지고 즐거운 고민을 하기 위해서. 번개는 뇌성이라는 음향자극과 함께 천둥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