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중장비

중장비는 토목공사에 쓰이는, 중량이 큰 기계를 말한다. 중장비는 보통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지고, 무거워 보이며, 실제로도 무겁고, 그것의 목적을 이루며 큰 소리를 낸다. 그것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인다면 기사의 사각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것이다. 그것은 특히 뒤로 가면서 놀랍고도 상냥한 소리를 낸다.

행위가 물건으로, 물건이 행위로. 그런 일들의 힘과 리듬이 좋다.

모인 사람들이 노래를 자기들 맘대로 따라 부를 때, 도대체 무엇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인가?

중장비가 가만히 있을 때, 구체적으로는 가만히 있는 중장비를 보고 있을 때 나는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느낀다.

비바람은 비바람이다.

큰일이란 복수다. 복수는 비바람 속에서 된다. 비바람은 실은 상관이 없고 진짜 신호탄은 비바람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나는 일이다. 복수는 강철로 만들어진 손으로 강철로 만들어진 우리를 들어올리는 일이다. 우리란 cage가 아니라 us를 말한다. cage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중장비가 하는 일이란 파헤치고 갈아엎고 무너뜨리고 쌓고 들고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다 그런 식이다. 기계란 것의 엄밀함과, 같은 것 특유의 형편없음이 복수와 함께 있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세계의 파업 같은 기적 같은 일, 아무리 어설프고 엉망인 일이라도, 정교하게, 우리가 행한 바로 그 일이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