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시월에

오로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친구들아 그날은 꼭 오고야 만다. 마는데, 그날은 주마등을 보는 날이다.
주마등(물건)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만들면서는 주마등 생각만 했다.
주마등만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그 생각밖에 안 났다. 요단강 건너는 생각 말이다.
퇴근하고 홍제천변에서 녹음했다.
듣기 쉽고 신나는 노래라 생각된다.

'주마등은 등燈의 하나다. 등 한가운데에 대오리-가늘게 쪼갠 댓개비-를 세우고 대 끝에 두꺼운 종이로 만든 바퀴를 붙이고 종이로 만든 네 개의 말 형상을 달아서 촛불로 데워진 공기의 힘으로 종이 바퀴에 의하여 돌게 되어 있다.'

14년 시월에는 오로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조금씩만 했다. 너무 많이 하면 그만두지 못할 것 같았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뭐가 어쨌든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만두지 못한다는 선택은 없었다.
불에 대해, 내가 죽는 일에 대해, 불이 되는 일에 대해, 상태의 변화에 대해(즉, 납골).
알료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