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천사들의 주둥이

지하도-의 후주로 만들어졌다. 천사에 대한 노래. 영정을 가져다주는 천사들이, 천사들이 영정을 가져다주었다고 노래하면서, 영정을 가져오고 있는 풍경이다. 코러스와도 비슷하지만 코러스는 아니다. 뭐가 아니냐, 하여튼 아니다. 천사는 오는 것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정확히는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천사에게는 어딘가로 향하는 뒷모습이 없다. 단방향의 사절이기 때문에. 들으시는 분은 항상 듣고 계시므로. 그것은 열차와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그것은 우리를 닮았다. 우리는 그저 간다. 천사가 오는 것도 갑작스럽기는 똑같지만, 가리켜 왔다고 하는 것은 역시 사절이기 때문이다. 천사가 온 것인 줄 알기는 천사에 대한 회상을 통해 가능해진다. 천사가 무슨 말을 했던가? 그 회상이 바로 천사가 오는 길이다. 그 길을 만약 볼 수 있다면... 우리의 회상은 점점 흐려진다. 천사들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두려워할 것이고, 그것의 형체를 점점 분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멀어짐과 다가감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천사들은 레이저쇼처럼 보일 것이다. 혼란과 눈물 속에서 천사 사건의 끝을 맞이한 우리도 어둠 속에서 영영 끝난다. 천사를 닮은 우리가, 드디어 천사가 온 곳으로 간다는 느낌과 함께. 그것은 곧 영정에 그려진 얼굴을 고해상도로 알아보는 순간이다. 초 고해상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