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요정에게 일어난 일

아사의 위기다.

2007년 피우기 시작했을 때 담배는 2000원이었다. 1900원짜리도 있었다.
그리고 2015년, 국가 재정의 위기와 더불어 1월을 기점으로 일괄적으로 2000원이 인상되어 최소 4000원이 되었다.
거기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세금을 내는 데에 있어선 인색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송가의 화자는 둘이다. 하나는 요정이고 하나는 인간이다. 실은 인간 하나인데 그 인간이 요정의 말을 옮긴 것이다.
노래는 한 끼냐 한 갑이냐를 두고 정말로 고민했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불의 논리로 생활이 벌 받고 있던 때에.

담배 요정의 '한 갑을 주고 한 끼를 받는'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천 원이면 컵라면 한 개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담배를 피우면 배고픔을 두 끼 정도 유예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4000원이 된 지금은 당시 인간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딜이 되질 않는다.
요정에게는 아사의 위기다.

아주 오래된 메모를 갖고 만들었다. 담배의 요정은 아주 오래된 존재다.
그 메모는 내가 해놓고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
터진 입 속에서 날마다 혼절하는 혀는 알겠다. 터진 입으로 뭘 하라는지도 알겠다.
사다리가 걷는 믿음과 기적의 현시는 뭘 말하려 했던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자살인가?

라고 써놓고 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