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의 공백을 지나

F C E Am
(들어옴)
지난밤 지하도의 공백을 지나
천사들이 영정을 가져다 주었다
본명이 복잡한 저 전동차들과
조금도 닮지 않은 천사들이

눈 없이도 일어나 다가오면서
손 없이도 그것을 건네주었다
발 없이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입 없이도 찢어진 채로 전하길

이제 곧 그러나 라고 하는 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이것이 그것의 초상이라고 지금이라도 잘 보아두라고
우리의 집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리의 집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난밤 제설차의 노랑이
나타났다 감춰지기를 그치며
가로등의 영공에만 흩날리던 눈이
굉장한 빛의 쇄도에 파산하며
천사들을 기화시키고 천사들을 익사시키고
마른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지금쯤 깨어나고 계실
당신의 그들을 둥근 품으로
둥근 품으로 인도하여 주고

이제 곧 그러나 라고 하는 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이것이 그것의 초상이라고 지금이라도 잘 보아두라고
우리의 집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리의 집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영정을 가져다주었다
(나감)